일반 학생에 비해 학습능력과 사회성 등이 다소 결여된 아이들을 ‘학습부진아’라고 부른다. 선천적인 장애 때문에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가정환경, 심리적인 요인 혹은 공부방법의 문제 등의 환경적 요인 때문에 학습능력이 결여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월 14일 서울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영ㆍ유아 및 초등학생의 특수교육을 맡고 있는 문태길 특수교사를 만났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은 기초학력부진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정서·행동영역에 어려움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부진 요인을 진단·분석해 기초학습영역(읽기, 쓰기, 수학)과 정서·행동영역(우울, 불안, 사회성, 주의집중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문 교사는 초등학교 5학년의 여학생 두 명과 만들기를 주제로 한 소집단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호랑이 가면을 다른 친구는 무당벌레 모양의 바람개비 만들기를 시작했다.
문 교사는 놀이치료에 대해 “아이가 놀이를 하면서 표현하는 심리와 정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치료보다 효과가 있고, 다른 장애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사는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한순간도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서투른 손놀림이 보이면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이끌어 나갔다.
“또래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그리고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죠. 그러다 보면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신장되고 학력지수도 높아져 저도 뿌듯함을 느끼거든요.”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향상될 때 보람을 느낀다는 문 교사. 그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학습장애 아동은 지각 문제나 주의산만의 문제, 언어적 결함 등의 인지적 결함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도 동반해요. 그렇기 때문에 학습부진 원인을 정확히 진단한 뒤 표준화된 도구,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교재를 활용해야 해요. 그래서 그에 맞는 놀이치료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게 가장 어려워요.”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전공서적을 뒤적이며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후천적인 학습부진을 겪는 아이들의 문제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아이들을 치료하다 보면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많이 봐요. 가족은 유기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자녀만 치료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상담과 치료, 교육을 받아야 효과적이란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일을 하면서 학습부진 이유에 대해 파악한 문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복지관을 찾는 부모들에게도 상담을 권하고 있다.
문 교사는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가 있는 시간의 배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문제를 발견했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기간도 줄일 수 있고 효과도 크기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빨리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학습부진을 겪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자폐아동을 맡아 수업을 하고 싶어요. 자폐아동은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어려워 학습하기가 힘들지만 학생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과 행복함이 두 배가 될 거 같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